1년 넘어서는 우크라이나 전쟁…피비린내로 맞는 봄

입력 2023-02-23 15:09   수정 2023-03-25 00:01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오는 24일 1년째를 맞아 양측이 대(大)공세를 펼칠 준비가 한창이라는 관측이 이어지며 우려를 키우고 있다. 희생자가 쏟아졌지만, 아직 승패가 명확히 갈리지 않아서다.

피해 규모는 계속 불어나는 중이다.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우크라이나 민간인 사상자는 1만 8600여명으로 추정된다. 추정 사망자 수는 7000여명에 달했다. 이번 전쟁으로 생긴 난민 수는 1790만명으로 파악된다.

경제적인 피해도 극심하다.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시설 절반이 파괴됐다. 세계적으로 에너지와 식량 가격이 폭등하며 지난해엔 인플레이션이 심화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이번 전쟁에 따른 세계 경제 손실 규모가 올해 말까지 3627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1년 새 급변한 전황
전황은 1년 동안 급변했다. 지난해 2월 24일 오전 4시 50분께 러시아군은 대대적으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개전 초기 러시아군은 압도적인 군세로 키이우와 하르키우를 점령하려 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군의 분전에 패퇴했다.

러시아군은 키이우에서 퇴각하며 인근 도시인 부차 마을에서 학살을 저지르는 등 전쟁 범죄 행위로 세계의 공분을 샀다. 서방국가의 제재가 가속화했고,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도 이어졌다. 러시아군은 공격 방향을 틀어 작년 3월부터는 남부 헤르손과 동부 돈바스를 공략했다. 당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돈바스의 모든 지역을 점령하라"고 러시아군에 명령했다.


지난해 5월 남부와 동부로 러시아군이 눈을 돌리며 격전이 펼쳐졌다. 아조프해의 통제권을 장악하려 마리우폴에서 시가전이 벌어진 것이다. 우크라이나 민병대는 아조브스탈 철강소에서 항전했으나, 5월 16일 항복을 선언했다.

지난해 6월 우크라이나는 서방국가의 지원을 받고 전열을 재정비했다. 고속 기동 포병로켓시스템(HIMARS)으로 반격에 나섰다. 러시아군의 주요 보급소와 지휘소를 타격하며 전황을 역전시켰다. 9월 11일 우크라이나군은 동북부 하르키우를 수복하는 데 성공했다.

전세가 불리해진 러시아는 9월 30만 예비군 부분 동원령을 선포했다. 동시에 우크라이나 점령지 4개 주(州)를 러시아에 편입했다. 엄포에도 전황이 달라지진 않았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해 11월 남부 헤르손시를 탈환했다. 기념비적인 승전이란 평가가 잇따랐다.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인 동시에 크림반도의 상수원이자 전력 발전소를 담당하는 요충지라서다.

우크라이나군에 유리한 상황은 오래가지 않았다. 러시아군은 이란산(産) 무인기(드론)를 활용해 무차별 폭격을 이어갔다. 주요 인프라와 민간인 거주 단지를 폭격했다. 동부 전선에선 바흐무트 인근 솔레다르 마을을 점령했다. 바흐무트를 포위하기 직전까지 다다른 것이다.

우크라이나군은 서방국가로부터 탱크를 지원받아 러시아의 공세에 맞설 예정이다. 하지만 전투기 등 공군 전력이 열세인 상황이다. 증원한 러시아군을 막아내기 역부족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전쟁연구소(ISW)는 "푸틴 대통령은 이미 30만명 이상 동원할 수 있게끔 내부 법령 등을 정비했다"며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군 병력을 증원해 대대적 공세를 펼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기화한 전쟁, 출구 전략 어떻게 되나
전쟁 1년째인 24일부터 난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러시아군이 대공세를 펼치려 들어서다. 호주의 군사 싱크탱크 로이 연구소의 믹 라이언 선임연구원은 "양측이 공세를 원하는 건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3월까지 돈바스(동부) 지역 전체를 점령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러시아군이 돈바스 전체를 점령하려 소모전을 펼친 이유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에 15만명을 추가 배치할 방침이다.

대공세를 앞두고 바흐무트를 둘러싼 격전이 펼쳐지고 있다. 동부 돈바스 지역을 완전히 장악하려면 러시아군이 반드시 점령해야 하는 곳이라서다. 동시에 남부와 동부를 잇는 브릴이더를 공격할 방침이다. 동부에서 크림반도로 이어지는 철로가 지나는 곳이기 때문이다.

러시아군이 돈바스 지역을 점령한 뒤 종전 협정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우크라이나 전 국방부 장관인 안드리 자고로드뉴크는 "러시아가 돈바스를 완전히 점령하게 되면 그 뒤로 '특수군사 작전'을 완료했다고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우크라이나군은 크림반도 수복까지 노리고 있다. 남부와 동부를 잇는 요충지인 멜리토폴을 우선 탈환한 뒤 크림반도를 포위하겠다는 전략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크림반도를 포함해 영토를 완전히 수복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러시아군이 패퇴할 거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군사 물자가 소진되고 있어서다. 영국 국방성에 따르면 개전 이후 러시아군은 장갑차 4500여대, 항공기 63대, 헬리콥터 70대, 600대 이상의 포격 장비를 소실했다. 국제전략연구소(IISS)는 러시아군이 현대식 탱크 2300여대를 잃었고 총 5000여대를 보유하고 있지만 절반은 구소련 시대 제작된 구식 전차라고 분석했다.

궁지에 몰린 러시아는 핵무기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다. 핵전력 증강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공언한 것이다. 하지만 이 발언은 러시아군의 약점만 드러냈다는 해석이 나온다.


푸틴 대통령의 연설비서관을 지냈던 아바스 갈리아모프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푸틴은 1년 내내 우크라이나가 아니라 서방 세계와 싸우고 있다고 강조해왔다"며 "구체적인 성과가 없다는 약점 때문이다. 저런 행보라도 보이지 않으면 그는 아무것도 아닌 허수아비처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 전투 상황이 관건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 싱크탱크 랜드연구소의 마이클 마자르 선임 연구원은 "올해 봄에 예정된 공세에서 어느 쪽이 우위를 점할지가 전쟁의 향방을 가릴 것"이라며 "러시아의 경제 상황과 서구사회의 출구전략도 연내 종전 여부를 판가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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